글틴10대 감성쟁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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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한 편당 작품 최대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요?작성일 2023-11-0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348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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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쓰면서 뒹글' 운영 규정(2024.01.02)작성일 2023-10-2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41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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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또 다른 어느 톨스토이스트에게 보내는 짧은 음성녹음
어… 안녕, 아니 안녕하십니까.어찌 당신의 안부를 물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표류하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우선 그대에게 이 음성 녹음이 닿았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묻고 싶은 것은 많지만 당신이 내게 다시 음성녹음을 보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어쩌면 그걸 묻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입니까? 그대에게도 내 사랑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소리로 밖에는 안되지만요. 제가 원수를 사랑하다 죽는 것일까요? 제 사랑이 부족하진 않았다면 좋겠습니다. 오 주께서 그들을 용서하시길…이만 끊겠습니다. 그대의 죽음이 그대의 삶보다 값지고, 내 그것도 그렇게 되길 바라겠습니다.그는 그제서야 비틀비틀 걸어나와 거대한 십자가를 어루만지며 멀찍이 골고다 언덕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웃어보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분명 너무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대신 올라가서는 웃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십자가 아래에 웅크려 들어가서 온 힘을 다해가며 십가자를 들 때가 되어서야 그는 그를 죽음로 밀어 떨어뜨리려는 무게를 알게 되고선 웃어보일 생각은 물론 다른 생각마저 사라졌다. 그는 다시는 웃지 못했다.
작성일 2025-04-01 작성자 기능사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85상세보기 -
소설 남매 이야기
그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있는 희진의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를 멍하니 응시하였다. 살이 바닥에 눌려 본래보다 더 살집 있어 보였다. 살에 정맥이 푸르게 비쳐 보였다. 그 정맥과 정맥 사이, 어딘가에 긁힌 상처 하나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희진은 어깨를 살며시 덮을 정도의 머리 길이에 살짝 굽은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희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그와 희진의 눈빛이 마주쳤다.갓난아이 시절만 해도 본래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그였지만 무상한 세월은 그의 눈빛을 매섭고 공허하게 만들었다. 희진이 말갛게 웃었다. 희진은 특별히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일 만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목소리만은 듣기 좋았다. 오빠. 오늘 일은 어땠어? 그는 2, 4번째 일요일을 제하고 매일 일을 했다. 그렇게 버는 돈으로 자신의 여동생 희진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이는 봉양이나 투자가 아니었다. 그저 책임의 관성이었다.희진의 목소리는 낭랑하거나 또렷한 데가 없고 어딘가 허전하였으나 나긋이 사람을 이끄는 데가 있었다.그가 묵묵부답이자 희진은 자리에서 일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오늘도 나랑 말하기 싫은 거야? 난 오빠랑 말하고 싶어. 그는 돌아서 그는 희진이 앉아있는 책상 옆에 비치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내가 침대에서 잔다. ......난 부모도 없고 오빠밖에 없단 말이야. 천장에 달린 불 꺼진 전등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세상 모든 빛을 하나로 응축해서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다가, 이내 한차례 죽음 같은 잠에 잠겨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기상한 그와 희진은 여느 때와 같이 몸을 청결하게 씻고 양치를 했으며 옷을 갈아입고 조촐한 아침밥을 먹어 등교를 준비하고 오토바이에 앉았다. 문 밖에서 보는 그들의 반지하방은 허름했다. 희진은 그의 바로 뒤편에 앉았다. 희진의 맨다리살과 교복치마 천이 그의 꼬리뼈에 느껴졌다. 오토바이의 속력은 늘 모종의 쾌감을 주었다. 덧입은 겉옷이 바람에 흩날렸다. 오토바이에 올라서면 아무 생각도 없이, 도착을 향해 앞만 내달리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바람의 푸르른 소리가 양 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부옇고 진한 햇빛이 내리쬐어 오토바이에 맞닿은 살은 뜨뜻했다. 마침내 학교에 도착한 그들은 비척거리며 차에서 내려가 인사를 나누었다. 과묵한 그는 희진에게-누구에게나- 늘 무미한 소리의 결로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그의 시선은 희진이 신발을 갈아 신고 교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희진의 영특해 보이는 코 능선으로 늘어졌다. 그렇게 그가 희진을 배웅해 주고 나면 그는 일터로 향했다. 그가 일하는 곳은 흔한 고깃집이었다.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고 그래서 쉴 틈이 없이 바빴고 고깃집인만큼 고되었고 그 바쁨과 고됨만큼의 값은 최저시급보다 더 많은 급여로 받았다. 일하고 난 후면 옷과 머리카락에 진한 고기 기름 냄새가 그득히 배었다. 수시로 옮겨야 하는 불판은 나쁘지 않은 근력을 지닌 그에게도 살짝 무거웠다. 그는 한껏 달구어진 불판에 실수로 손을 데인 적이 있었다. 그가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
작성일 2025-03-27 작성자 윤혜원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205상세보기 -
소설 내 딸의 유서
... 어머니께서 이것을 보고 계시다는 것은 제가 거기에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단순한 방 청소로는 발견할 수 없을 만한 위치에 숨겨 두었으니 아마 저를 앞에 두고 읽으실 일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어머니께서 글을 읽고 계시는 현재, 저는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게지요. 혹자는 저더러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산 사람의 물음이 지금의 저에게까지 닿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렇게 물을 것을 알기에, 저는 미리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한 치의 후회도 없습니다. 단언합니다. 나는 내가 후회하지 않았음과, 내가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또 혹자는 내게 물을 것입니다. 어찌하여 그런 선택을 하였니, 하고 말입니다. 거기에 또 내가 낱낱이 답한다면 나는 싸구려 기계처럼 변하고 말 테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평생을 기계가 되는 법을 배우며 살았는데 이제 와서 사람 행세를 하기도 귀찮고 하여, 나는 또 대답을 하고 맙니다. 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아니, 사람보다 하등한 존재.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 비둘기, 새싹, 길가에 지나다니는 개미. 보통의 자들보다 열등한 나는 내가 무엇을 닮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이리하여 나는 죽고 맙니다. 내가 살아가기에 세상은 지나치게 크고 넓습니다.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숨을 쉬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으니 그만 폐가 굳어버립니다. 나는 과히 아름답고 정교한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왜 그러한 방에 소속되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압니다. 왜 스스로 그곳에 있는지, 나를 제외한 전부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경탄할 만한 자들입니다. 나는 내가 왜 나와 다른 방을 쓰는 자들과 다투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채로 학교로 갑니다. 학교에 가면 나는 나와 다른 방을 쓰는 자들, 이를테면 성적이 낮거나 떠들기를 좋아하는 자들을 무시해야 합니다.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깔보고 화내고 하면서, 나에게도 권하는 겁니다. 그러면 나는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들을 따라 버립니다. 학교에서 나오면 나는 또 거리를 걷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그들은 또 누구랄 것 없이 서로를 헐뜯고 싸우고 손가락질합니다. 다들 그러하니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줄은 압니다만, 어리석은 나로서는 조금 더 본질적인 이유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다들 똑똑한 자들입니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것을 이해하니까요. 거리를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합니다. 나에게는 집이 가장 어려운 곳입니다. 세상은 그렇게나 시끄러운 곳임에도, 집은 사랑으로 넘칩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사랑하시는 것이 남들처럼 똑똑한 척 연기하는 나인지 아니면 그저 어리석은 나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머니께서 어리석은 나
작성일 2025-03-24 작성자 신현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68상세보기 -
소설 아름다움이 그를 추동함
그는 담배를 꼬나물었다. 연기. 이 담배에서 푹푹 나오는 것은 다름아닌 연기다. 후두와 폐를 스미는 니코틴의 알싸한 쾌락과 함께 그의 영혼이 마치 그 담배 연기처럼 흩어졌다. 움푹 꺼진 눈으로 그는 허공 어딘가를 연신 더듬으며 목마른 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시선이 한 물체를 향해 중심을 빼앗겼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한 흰 꽃이었다. 이 삭막하고 매캐한 골목 안에서 오로지 그 꽃의 미소만이 순결하고 해사해 미려했다. 얼마나 고운 자태의 꽃인지 마치 온 세상을 따돌리고 그 꽃의 맵시만이 컬러로 인화된 듯 했다. 노란 암술을 빙 둘러싼 흰 꽃잎의 광채는 마치 태양과 그 빛 같았다. 바람이 불어 그 꽃잎들이 하늘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머리칼도 함께 흩날려 이마와 볼을 간질였고, 그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허무감과 무력감이 까닭을 알 수 없는 슬픔이 되어 미간 사이 한 방울의 눈물로 떨어져내렸다. 그는 자신의 뺨에서 흐르는 눈물을 인지했음에도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꽃의 에너지가 공기에서 공기로, 공기에서 심장으로 전달되어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그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비벼 껐다. 세피아색을 한 코트를 날리며 삭막하고도 매캐한 골목에서 벗어나자 따스한 햇빛은 부드럽게 그를 비춰주었고 새들은 그의 외로움에 화답하듯 지저귀며 그의 배고픈 마음을 채색해주었다. 햇빛은 송송 뚫린 뼈에 스며 들어왔고 그는 눈부신 태양의 빛과 합일된 듯 그 자리에 오래토록 서있었다. 그리고 그 꽃의 아름다움이 그를 추동하여 그를 열차에 올라타게 했다. 그는 목적지 없이 지하철 열차 안에서 하염없이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끝없이 방황하는 듯한 그 자유가 그의 삶을 탄력 있게 지탱해 주었다. 지하라는 공간이 주는 기운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열차의 흔들림, 몸의 진동. 그것들은 그에게 늘 모종의 안정감을 준다. 그는 항상 열차의 맨 끝을 고수한다. 그리해야 열차의 벽에 쓴 약을 단번에 털어 넣은 얼굴로 기대어 서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어 서서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딱딱한 몸뚱이를 저기 두고 넋만이 유유히 부유하듯 그는 존재한다. 그는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 깊숙이 꺼진 잿빛 눈자위로, 그는 서있는 그 자리에서 여러 인간들 군상을 불수의적으로 관찰한다. 열차 문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 목숨 줄 같은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는 사람. 휴대전화 액정을 눈이 빠져라 뚫어지게 응시하는 사람. 사색에 잠겨 책을 읽는 사람. 유난히 눈동자가 검은 사람. 주름이 깊게 진 사람. 그밖의 삶에 지친 입매를 발견한 때도 있으며 어딘지 애수에 젖어 있는 눈동자를 발견한 때도 있다.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을 한 채로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가 뜻밖의 한 줄기의 눈물이 주륵, 떨어져내리던 여자를 본 일도 있다. 그는 우리네의 구원자, 살아계신 생명이요 진리인 주를 목청껏 찬양하는 광신도를 지나쳐보낼 때면 무심히 지나가는 법이 없이 늘 과도한 연민의 감정을 쏟아붓곤 했다. 삶의 무의미를 이겨낼
작성일 2025-03-22 작성자 윤혜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02상세보기 -
소설 prologue
어느 화창한 날에 수경과 함께 그네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흙길과, 다음 경작을 준비하며 잠시 쉬고 있는 땅과, 구름 한 점 없는, 어쩌면 가끔가다 한 점 정도는 지나갈 법도 한 푸른 하늘과, 곧 떨어질 듯한 해와, 저 멀리 설산의 봉우리와, 밑동에 이끼가 낀 나무 그네밖에 없는 교외의 어느 이름 없는 길이었다. 수경은 내게 물었다.“신을 믿어?”“관심 없어.”“관심 있을 줄 알았는데.”“뭐에.”“신이 있는지 없는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관심이 많지.”“근데 왜 관심 없다 그랬어.”“정확히 말하자면 상관이 없어.”“왜?”“있든 없는 달라질 건 없거든.”“흠… 그런 거야? 근데… 어떻게 신이 없을 수가 있는 거야?”“없을 수도 있지.”“넌 이렇게 아름다운걸.”“아름다운 거랑은 상관이 없어.”“네가 이렇게 복잡하고 조화로운 거랑도 상관이 없다는 거야?”“내가 조잡하고 기괴하더라도 상관이 없어.”“그렇지만… 그럼에도 너는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널 만든 이가 없다고 믿을 수 있어?”“진화생물학.”“너는 네가, 결국 네가 지금 이해하지도 못하고 결국 영원히 이해하지도 못할 우연으로 네가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거야?”“아니.”“그럼 네 창조주를 인정하는 거네?”“아니.”“아니 그럼 뭔데.”“있든 없든 상관없어.”“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 있는 거야?”“있든 없든 결론은 같을 테니까.”“신이 너를 창조했다는 걸 왜 믿지 못해? 넌 우연으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도 아니면서…”“그래, 신이 존재하는 걸 믿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신이 있는 거니까… 교리를… 따라야겠지?”“교리를 왜 따라야 되지?”“그야 신이 너를 만들었으니까.”“비겁하잖아. 나를 만들었다고 따라야 한다니.”“아니, 너를 만든 이가 네 주인인게 당연하지.”“그가 내게 행동을 강제할 수 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지. 나는 신이 있든 없는 자유로워.”“그건 죄야. 신이 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죄라구.”“그래, 죄를 지을게. 그럼 어떻게 되지?”“내세에서 처벌받겠지 바보야.”“처벌받을게. 신이 내게 여리고에서 했던 일을 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지옥에 가서 영원히 불탈 거야.”“두렵지 않니?”“두려움으론 믿을 수 없어.”“네 행동은 신이 시킨 것이니 네 책임이 아니잖아.”“내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일을 막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신이 시킨 것에 봉사하면 천국에 갈 수 있을 거야.”“보상을 기대하고 믿을 수도 없어.”“왜 믿을 수 없다는 거야? 보상도 두려움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는 건데?”“글쎄. 그냥. 그냥 그렇게는 믿기 싫어서.”“그래도… 신이 있다면 그 말을 따르는 게 합리적인 거 아니야?”“합리라니. 처음 듣는 걸.”“뭔 소리야. 처음 듣는다니.”“어떤 목적에서 합리적이라는 거지? 신의 말을 듣는게?”“그가 너를 창조했으니까?...”“내 의지와 양심에게서 도망치려는 비겁한 변명으로밖엔 들리지 않는걸.”“창조주는 선한 분이야.”“그렇다면 나는 선을 따르는 거지 창조주를 따르지는 않는 거 아닐까.”“하지만 창조주께서 선을 만드셨는걸
작성일 2025-03-22 작성자 기능사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83상세보기 -
소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댔지!*
그가 죽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나는 지금 그처럼 우울증에 빠져 있다. 우울하지 않고, 폭풍같은 마음이 없다면 절대 글을 쓸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 꼭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방문을 열어젖혔고 구름을 향해 떨어지는 새처럼 현관문을 뛰쳐나갔다. 거세게 부는 바람이 나의 머리카락을 온통 흩트려놓았다. 사람들의 패딩이 공기가 가는 방향으로 쓸려가는데, 그 속을 가로질러 다리까지 달리는 마음은 죽을 것 같았다. 덜컹. 난간에 있는 힘껏 몸을 기댔다. 두 손이 철로 된 봉을 짚었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쏟아졌다.“그가 죽었다!”나는 소리쳤다. 한강 아래로 문장이 파편화되어 사라졌다. 나는 다시 한 번 내질렀다.“그가 죽었어!”차들이 굉음을 내며 내 옆을 스쳐간다. 헤드라이트가 시야를 부수고 지나갔다. 대작을 쓸 것이라고 했다. 대작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잠시 뒤 고막으로 사이렌 소리가 파고들었다. 경찰 두 명이 내 양팔을 각각 붙잡고 난간 쪽에서 나를 멀리 떨어뜨렸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다는 걸까? 난 괜찮지 않았다. 반대로 꼭 괜찮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이에요. 저는 대작을 쓰고 있단 말이에요. 제가 꼭...*ㅡ네. 친애하는 재판장님. 당신도 아시겠지만, 유명한 그는 경상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차례상에 꼭 문어를 올리곤 해요. 문어를 사러 갈 때마다 비싸다, 비싸다 하면서 술 담배는 전혀 줄이지 않죠. 술 담배가 글쓰기에 주는 효능을 믿는 듯합니다. 그리고 공짜를 좋아해요.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저도 그의 마음을 이해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꼭 대작을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거의 공짜로 이 경험을 얻었거든요... 저기요. 제 말을 막으려 하지 마세요. 그만 하라니까요? 아저씨. 유명한 작가들 좀 아세요? 특히 추리소설 작가들은요? 그 사람들 사람 죽여 봤다던가요? 그러고 나서 글이나 써본다던가요? 아 우울해 울고 싶어요. 웃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역시 대작을 쓰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거죠? 공짜를 좋아해도 괜찮은 거죠. 그러니까 지금 다 괜찮은거죠?ㅡ*지금 기분이 어떠시다고요?“저기,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잘 이해하질 못했어요. 그런데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신 것 같네요. 기분보다 당신이 두 명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괜찮으세요? 왼쪽 사람은 머리가 전부 벗겨졌고요, 오른쪽 사람은 참... 생긴 게 문어를 닮았네요? 혹시 경상도 사람이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하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그런데 문어는 참 비싼 생물이죠...... 잠깐만. 시끄러우니까 그렇게 화를 내지 마세요. 발은 굴러도 뭐, 괜찮아요. 박자가 마음에 드네요. 흠 아무래도 메모를 해야할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펜과 종이를 빌려주시겠어요? 제가 이곳을 나가면 꼭 대작을 쓸 예정이라....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든요.“완전히 미친 사람이군. 나를 취조하던 경찰이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이상하긴 해도 내게 두
작성일 2025-03-16 작성자 방백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274상세보기 -
소설 가족의 기능
전화기 너머로는 옅은 숨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교실 안 학생들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나가는 모습이 꽤나 우스워 보였겠지. 나는 팔을 쓸어내리며 복도 중앙으로 몸을 기울였다. 화면 속 통화 시간은 어느새 7분 9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수업 중이라고,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멈춰버린 것은 우리 뿐이니까. 교실로 돌아와서는 내색하지 않으며 교과서 속 글씨를 이어갔다. ‘가족의 의미와 기능’ 오늘의 수업 주제였다. 뒷 주머니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규칙적으로 흐르던 판서 소리가 길을 잃자, 학생들의 집중 역시도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나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 전원 버튼을 지그시 눌렀다. 응급실의 연락을 확인한 건 그 후로 3번의 수업 종이 더 울린 후였다. 전화를 받기 무섭게 김자영 씨의 보호자가 맞냐며, 확실과 불안 사이 그 중간 즈음에 위치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만 들었음에도 이미 여러 번 전화를 돌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선뜻 대답할 수 있을 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이름을 오랜만에 들었던 탓도 있었지만, 보호자라는 단어가 곱씹을수록 나의 신경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표면적인 뜻 아래에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 이라는 속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병실로 들어가자, 김자영 이름표가 붙은 침대에는 가장 김자영 씨답지 않은 사람이 누워있었다. 불과 5년이란 시간 동안 어머니는 지금껏 살아온 모든 세월을 온전히 신체로 맞이한 사람 같았다. “아팠어?” 뱉고 난 직후에도 멍청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아팠냐니? 아프지 않았다면 지금껏 연락 한번 없던 아들에게 간호사가 대신 연락을 취하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 역시도 적절한 대답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가정교사가 되기 위해서 쌓아왔던 지식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정의 수술비와 조금의 걱정뿐이었다. 어머니의 메마른 입이 조금 움찔거렸다. 수술은 필요 없다고. 어머니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당황해 있는 사이 어머니는 재차 수술은 필요 없다고, 휴대폰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휴대폰을 가져와 줄 수 있겠냐고, 말문이 트인 어머니는 한 단어에 꽂힌 5살의 아이처럼 휴대폰, 그 말을 계속해 읊조렸다. 처음 보는 어머니의 낯선 모습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내뱉지 못한 말은 차의 시동을 건 후에야 한숨으로 튀어나왔다. 시동이 걸린 차량의 미세한 떨림이 핸들을 타고 손끝으로 옮겨졌다. 어머니를 마주하고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쳤다. 신호 대기를 하고 있자 문득 아내에게 전화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네비게이션 화면이 켜져 있는 휴대폰을 슬쩍 본 뒤 시선을 그쳤다. 운전을 하고 있었다 말한다면 아내 역시도 이해할 것이었다. 아내와 가졌던 아이는 다섯 살이 됐을 무렵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학원 차량에 치여 죽었다. 아내는 대학 강연을 하고 있었고 나는 가정 교과 수업을 하던 때였다. 그곳에는
작성일 2025-03-11 작성자 달해 좋아요 1 댓글수 2 조회수 223상세보기 -
소설 필름 카메라와 커피나무 향
-이 소설은 정말 사랑하고 자신의 전부였던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의 추억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대학생 때였어요.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을 그 무렵 말이에요. 그녀는 영국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유명 카페 옆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부끄럽지만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하얀 얼굴에 수수하고 둥근 이목구비, 커피 색인 긴 단발머리의 그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어요. 그때는 정말 제가 미친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그녀와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죠. 그 사진은 제가 이제까지 찍었던 사진들 중 가장 예뻤어요. 물론 지금까지도 그 사진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현상소에 가서 사진을 현상해왔어요. 그리곤 사진을 건넸죠. 그녀에게는 진한 커피나무 향이 났어요. 진한 단향에 섞인 바닐라 향과 비슷했죠. 사진을 받은 그녀는 수줍게 미소를 지어주었어요. 그때는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봤어요. 그때는 제 영어 발음이 부족한 줄 알고 주머니에 있던 명함에 써서 물어봤어요. 지금은 그때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돼요. 그녀는 청각장애인이었어요 우리는 그날 이후로 거의 매일 만났어요. 그녀는 제가 찍은 사진을 좋아해 줬고, 종종 제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어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특히 수줍게 웃는 그 미소는 언제 봐도 아름다웠죠.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다양한 그녀의 모습을 찍기로 마음먹었어요.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잠을 자는 소소한 순간까지도 모두 다 카메라 필름에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항상 그녀를 만날 때면 카메라를 챙겨가곤 했어요. 그 이후로 우리의 사이는 점점 더 발전했어요. 그녀와 조금 더 편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수어를 배웠어요. 그리고 밤거리를 함께 산책할 때 어설픈 수어로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했어요. 사실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이에요.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좋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죠. 거리에 있던 가로등마저도 로맨틱하게 보일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녀를 정말 많이 좋아한 거 같아요. 물론 한 번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적은 없어요. 우리가 소소한 문제로 다툰 날마저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녀와 너무 많은 사진을 찍고 나니 오래된 필름들이 생겨났어요. 카메라의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라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어요. 그녀와의 추억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냉장고 한 편에 필름을 넣어뒀어요. 때로는 저녁을 요리하다가도 필름들을 보고는 웃기도 했죠. 필름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우리의 추억이 영원할 것 같았어요. 그 필름 속에 우리는 영원히 함께였고, 항상 행복한 건 아니었지만 서로가 있었기에 슬픔도 잘 이겨낼 수 있었죠. 그녀와 길고 긴 연애를 마치고, 우리는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어요. 누군가 왜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냐고 물어본다면, 듣는
작성일 2025-03-08 작성자 작가 공룡 좋아요 1 댓글수 1 조회수 296상세보기 -
소설 그 나비가 날아든 후에는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이 이야기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하무트 제국이 탄생하기도 더 전에 있던 고대의 이야기다. 지금의 포르티오르 공작가가 있는 자리에는 과거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근처 어둠의 숲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처음 보는 그 여자를 마을 사람들은 숲속에 살던 마녀라 여겨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당시만 해도 마녀는 약초에 해박하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날 마을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여자는 서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며 마을 3개를 더 불태웠다. 처음엔 자연재해인줄 알았던 사람들도 불에 타고 남은 재가 모두 똑같은 보랏빛을 띄고 있는 걸 보고 여러 목격담과 결합해 어둠의 숲에서 나온 여자의 소행이라 판단했다. 결국 그 여자의 존재는 서대륙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이름 없던 그 여자는 사람들에게 죽음과 파괴를 관장했던 고대신, ‘케레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마녀들의 인식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던 시기가 케레스가 활개를 치고 다니던 무렵이라 마녀들은 케레스의 전설이 탄생했던 4000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복수를 이룰 그날을 위해 숨어지낸다고 전해진다. 물론 너무 고대에 있었던 일이라 케레스의 존재가 진짜인지, 아님 불가사의한 힘에 겁을 먹은 누군가가 지어낸 가짜인지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케레스가 불태웠다고 전해지는 4개의 마을 위에 모두 서대륙의 바하무트 제국과 그라치아 제국을 상징하는 공작가의 저택들이 들어섰다는 것에 일부 고대 문명 학자들은 케레스가 미래를 보는 힘이 있어서 미래에 공작가가 지어질 땅에 저주를 내렸다고 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마을들이 모두 무언가의 힘에 불타 사라졌다는 것뿐이다.} 소녀가 책을 덮었다. 책을 아무 데나 휙, 던져놓고는 눈앞의 시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 이 소녀, 그러니까 소녀의 몸에 빙의한 고대의 마녀, 케레스는 지금 이 상황에 좀 기분이 착잡해졌다. ‘이 약해빠진 껍데기로 아카데미에 입학이나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군.’ 4000년 전에 4개의 마을을 불태웠다는 케레스의 전설은 일부 사실이였다. 실제로 그녀는 동서남북에 있는 4개의 마을들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케레스라는 이름은 그녀의 원래 이름이였고 신비로운 전설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사람들이 ‘이름 없는 마녀에게 이름을 주었다.’ 같은 스토리를 추가한 것 뿐이다. 아무튼 4000년 넘게 산 그녀가 왜 시체와 함께 지하실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조금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 … 마법사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경지에 오른 케레스에게는 한 명뿐인 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친구는 백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다. 적어도 케레스는 4000년을 살면서 자신의 친구보다 아름다운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케레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차를 따르던 그녀는 차를 다 따르고는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그녀의 친구는 잠시 먼 산을
작성일 2025-03-06 작성자 세에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44상세보기 -
소설 이름 없는 명예는 바람에 실려가고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저 달빛 비춰진 신전 아래서 그저 고요히 보랏빛 바다만이 포르티나를 비추고 있었다. 파란 종달새는 사람, 사랑만을 찾으며 울고있었고, 이 날들이 언제 지나가는지 하루 이틀, 세다 보면 어느새 아흐레 흘러 그저 숨 죽이고 있을 뿐이였다. "아~ 거기 누구 없나? 위대하신 포르티나님 아니셔?" 역시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마치 심장박동이 거세지게 만드는건 예사가 아니였다. 그저 죽을 날이 다가오는걸 아는걸까? 포르티나는 짙고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릴 들었다. 저 어디선가 한발짝씩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틀림없이 날카롭고 붉은 피를 머금을듯한 은빛 칼이 점점 다가온다는걸 느꼈다고 했나. 인생의 마침표를 이대로 찍기에는 싫었다. 그저 저들은 대신관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는지라, 포르티나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 그렇게 포르티나를 열심히 찾던 나르샤는 많은 사람의 육신을 무참히 벤 칼을 뽑아들었다. "추하게 가고싶지 않아요, 나를 살려주..!" 마지막 말을 남기기도 전이였다. 파랑새는 슬피 울었다.포르티나의 태양은 뜨지 않았다. 죽음을 직감하고 쓴 유서마저 이 세상에 조용히 남아 포르티나와 함께 잠들었고, 참으로 씁쓸했을까. 그저 기둥 뒤 홀로 가슴을 부여잡고 차갑게 식어버린 몸은 저 어디에선가 잠들었을것이라고 말이다. 이 상황을 그녀말고 누가 예측하긴 했을까. * 종달새 우는 소리가 끝맺음을 할 때 쯤, 저는 죽을거 같아요. 아마 태양이 뜨면 제 주검만 남아 육체는 이승에서 영원히 누워서 살겠지요. 하지만 저는 죽고싶지 않았지만 제 권력을 탐내는 이들이 많았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신탁을 받으려고 손에 피를 묻히는 자들을 봤는걸요. 그들의 신은 아쉽게도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부수는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저희의 신은 그들의 왕이자 세상의 전부인 아르티아에게 패배하였습니다. 아마 이 세상도 그들에게 먹히겠지요. 저도 대신관으로써의 책임을 다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명을 다 해가니 슬프게도 말이예요. 이름없는 명예요,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역사로 기록되리라.
작성일 2025-03-06 작성자 초하루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251상세보기 -
소설 나는 눈물이 나오
삶을 사랑하며 살았다면 오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 테다. 그럼에도 삶을 사랑할 다짐을 못 하는 것은, 숭고하지 못해서일 것이다.한때 염세주의자였던 이의 일기. 돌이켜 보면 불사름의 충동이 일어난다.자리에서 일어났다. 빼곡한 철학서들이 꽂힌 책장을 지나 문을 열었다.“솔로몬 씨, 당신이 옳았어요.”나의 모든 일들은 헛된 것이었다. 그걸 깨달았지만 나는 여전히 솔로몬보다 어리석었다.연 문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니 지독히도 아름다운 세계가 보였다. 고개 중턱에 있는 집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끔찍하게도 좋은 곳이었다. 나는 이런 세상이 내 고통을 수용하기엔 너무나 넓고 아름답기에, 또한 내 속이 너무나 비좁기에 지독하고도 끔찍하게 느껴짐을 알았다. 그래도 자학까진 안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아무리 회의하더라도 결국 나는 나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저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마음을 정리하다 보니 그나마 세상이 기꺼워져 한 발을 내디뎠다. 저 아름다움에 동참할 수 없을지라도 관전할 지위까진 박탈당하지 않았으니, 만끽하지 못하더라도 감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그때, 두더지같이 둥글둥글한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두더지는 보화를 탐냈고, 어떤 두더지는 채소를 도둑질했고, 어떤 두더지는 세상을 파먹을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듯했다.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시에 마음의 두려움이 고갤 들었다. 다시 집과 방으로 들어가면 염세적인 고민에 빠져들겠구나 싶었다. 시골은 이미 내게 멀어졌고, 도시는 살가운 적이 없었기에 난 오직 고뇌와 회의의 방으로 들어가는 수밖엔 없었다. 문득 충동이 들어 일기를 보고 또 그 충동으로 밖으로 나왔던 것이 잘못이었을까.다시 고갤 들었다. 두더지들은 온데간데없고 너른 하늘들이 자몽하게 흩어져 있었다. 괜스레 스스로 마음의 평온을 흩어버린 탓이었다. 언뜻 몽롱해진 머리를 붙잡고 집으로 돌아와 누웠다.인간은 악하다, 다만…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끊어진 생각을 내던지고 겨우 일어나 문을 열었다. 오래 알고 지낸 도서관 사서였다. 사서는 신체 강건한 소년이었다.이 아이의 이야기를 하자면, 어릴 적부터 도서관을 자주 들락거린 책벌레로, 도서관 관장이 아끼는 아이였. 얼마나 아꼈느냐 하면 관장이 자신이 죽은 뒤 자신이 챙겨주던 아이를 그 누구도 챙겨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사서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였다. 아이는 관장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여 일찍 문헌정보학을 배워(독학이란 말도 있고 대학이란 말도 있다.) 사서의 자리를 얻어 내었다. 그때가 내가 학위논문을 쓸 때쯤이니 못해도 오 년은 지난 이야기이다. 이미 장성한 사서를 소년이라 부르는 것에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염세하던 내가 유일하게 회의하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였기에 내 입장에서는 소년이라 일컫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또 염세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할 수 있으나 꼭 염세주의자가 인간관계를 혐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죽어가던 정신을 명랑하게 깨워 소년을 맞이했다. 소년은 내게 안부를 물으며 손에 들고 있던 청매실 한
작성일 2025-03-03 작성자 희락쟁이 좋아요 1 댓글수 1 조회수 244상세보기 -
소설 K월장원 선정
우리가 ‘작업’을 할 때. 피부는 투명하게 마르고 있었고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대면 찌릿거리며 정전기가 옮을 것 같았다. K는 인어. 상체는 로봇이고 하체는 진짜 물고기 꼬리였다. K는 반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집은 K에게 불법적으로 수조를 제공했으며 필요할 때 배터리를 갈아끼워주웠다. 대신에 때마다 K의 살점을 조금씩 떼어내서 횟감에 섞어 팔았다. 그것을 우리 가족은 ‘작업’이라 불렀다. 비린내. K 앞에선 어떤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투명해서 기분 나쁜 수산시장 소독약 물 냄새만 주위를 둥둥 떠다녔다. 어떻게 K같은 존재가 우리집에 있는지, 애초에 K같은 존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K를 아는 사람들 중, 그러니까 엄마나 아빠, 이모나 이모의 외동아들 중...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알고 있어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 비밀을 알고 싶지 않았다. K는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이층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K의 그런 취미 때문은 아니지만 창문에는 썬텐지가 짙게 발려 있었다. 걸어다니고 싶은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K가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아빠를 불렀다. 아빠는 횟감을 뜨는 것처럼 K를 물에서 건져내 수건을 깐 바닥에 눕혔다. 엄마가 공구 상자를 가져왔고 녹이 슨 곳을 대충 살펴본 뒤 인공 피부를 가르고 철로 된 흉곽을 열었다. 아빠의 손놀림은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물기를 닦아냈고, 구석구석 방수 스프레이를 뿌렸다. 우리 가게는 호황이었다. 각종 인터넷 매체도 여러번 타 돈을 많이 벌었다. 나는 K의 꼬리지느러미에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던 종류의 마약 성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가 일련의 행위를 거의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관심 없는 척 철과 살이 맞닿아 있는 이음새를 여러 번 살펴보았다. 심장에서 피가 흐르지 않는데 어떻게 꼬리가 살아있을 수 있는지, 도대체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있지 너무나도 궁금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때 허공을 바라보던 K와 눈이 마주쳤다. K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것은 분명히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뻗뻗하게 굳어버렸다. K의 지능은 당연히 평균적인 로봇의 학습 프로그레밍과 비슷할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너무 구형이라 요즘 시장에 나오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인간형 로봇의 지능은 원래 수준이 높았다. 기업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돈을 들여 인간 형태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능이 높은 로봇은 좋다. 지능이 낮은 로봇도 그 형태에 따라 쓸모가 있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인간형 로봇을 누가 원하겠는가. 아니, 그런데 기업에서 양산형으로 만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아무튼 중요한 건 K가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말이었다. K가 또다시 눈동자를 굴렸다. 내가 움직이려고 움찔거리는 입으로 시선을 집중할 때 풍덩 소리와 함께 K가 수조로 던져졌다.ㅡ가족 외의 누군가 K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지난 여름이었다. 폭염주의보로 인해 아무도 거리로 나
작성일 2025-02-28 작성자 방백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1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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